주로 젊은 세대에서 ‘덕질’이란 표현은 팬 활동이나 깊이 있는 취미생활로 이해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오타쿠를 순화한 ‘덕후’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특정 인물이나 취미에 깊게 빠진 사람을 통칭하고 있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행위’이지만, 덕후 세계에서는 취미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영역으로 나아간 사람을 성공한 덕후라 말한다.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일명, ‘덕업일치’를 달성한 덕후 세 명을 만나 깊이 있는 취미생활이 그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들어봤다.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하고 (보
영화로 생소한 국가의 문화 이해수요 적지만 지역주민 유인 가능 빨간 철제 계단을 올라 건물에 들어서자 매표소가 보인다. 상영시간표에는 흥행 중인 영화인 대신 이 쓰여 있다. 이곳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는 안암동에 자리 잡은 독립예술영화전용관(전용관) KU시네마트랩이다. 국내외 독립예술 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전용관은 서울 시내에 15개가 있으며, 그중 대학 내 위치한 전용관은 이화여대, 건국대, 고려대 세 곳이다. 2008년 대학 내 영화관으로는 처음으로 이화여대에 ‘아트하우스 모모’가 생긴 이후
#그는 대학에서 매 학기 ‘나’를 만들었다. 40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맞게끔 시나리오는 조금씩 뜯어졌다. 소박한 카메라가 일주일 동안 나의 장면들을 담아냈다. 장면과 장면의 조합으로 의미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잘리고, 붙이며 편집 당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6개월 동안 고민과 고생을 거쳐 완성된 나를 스크린에 투사했다. 그의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는 단편영화가 관객을 만날 유일한 통로인 영화제에 나를 출품했다. 다행히도 수상했고, 영화제에서 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한몸에 받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활동비와 일자리 제공공공예술의 새로운 흐름 반영 예술인에게서 ‘작업실’은 떨어뜨릴 수 없는 단어다. 미술작가는 화실에서 작품에 집중하고, 연극배우는 무대 뒤편에서 연습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기업이나 도서관, 주민단체 같은 공공기관과 예술인의 협업은 아직 시작단계다. 그렇지만 어느새 예술과 기업의 협업은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기업 안팎에서 예술 경영, 창조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은 입주작가(art-in-residency) 프로그램으로 예술인을 기업에 상주시켰다
작년 6월 배우 판영진 씨는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말을 남기고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판 씨는 작년 메르스 여파로 공연이 줄줄 취소되면서 가중된 생활고를 견디지 못했다.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돼 한국예술인복지재단(복지재단)을 필두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했지만, 그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복지법은 예술인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이들이 생활고로 창작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예술인 단체는 복지법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며 지속적인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복지 지원기준인 예술활
오후 4시 보배곱창 집의 문이 열렸다. 사장 이경희(여·47) 씨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기도 전 손님이 찾아왔다. 집에서 갓 나온 듯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남성은 야채곱창 포장을 주문했다. 곧이어 5인 가족이 가게를 찾아왔다. 연휴를 즐기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 보배곱창은 제기동에서 12년 동안 주민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들에 깨끗한 음식을 고집하는 주부들도 보배곱창의 ‘깨끗함’을 믿고 찾아온다.보배곱창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구리 보배곱창의 제기동 지점이다. 제기동 보배곱창 사장 이경희 씨는 원조가게 사장의 조카
성장중심주의 한국은 도시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는 것보다 개발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서울 도심에서 옛 흔적이 남아있는 건축물은 많지 않다. 서울의 가옥 갱신주기는 서구도시보다 훨씬 짧아 30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한국을 연구하는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2009년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서 서울의 주거공간은 유동의 문화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의 문화는 이미 지어진 가옥의 영속성에 집착하는 축적의 문화와 달리 시간의 빠른 순환을 중시한다”고 했다. 본교와 인접한 청량리동, 정릉동에는 50년 역사를 간직한 건축
한국에서 도시정비 정책 패러다임은 전면철거 재개발 정책에서 도시재생으로 바뀌었다. 4월 18일 황교안 총리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신규 도시재생사업 33곳에 3100억 원을 지원할 것을 의결했다. 2000년대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쇠퇴한 구도심을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으로 개발했지만,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골목길이나 시장 같은 도시문화 공간을 없애 도시 정체성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도시의 과거 흔적과 주민 커뮤니티를 보존하면서 ‘재생’하고자 하는 정책적 지원과 연구가 활발하다.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
눅(nook)서울은 구불구불한 후암동 골목에 있는 80년 된 일본식 목조주택이다.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서울의 급성장을 지켜봤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무색하게 눅서울은 ‘낡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자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면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의 짙은 향기가 나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는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주인 이호영 대표는 이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고, 온전히 주거기능을 하도록 복원해서 ‘재생’ 시켰다. 아늑하고 조용한 곳을 의미하는 눅(n
그저 흘러가는 날 중 하루였던 3월 31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늘 그렇듯 지하철에서 영양가 없는 웹서핑을 하다가 한 웹툰을 읽었다. 단원고에 다닌 기억이 상처로 자리 잡은 한 아이가 낯선 이의 가방에 매달린 노란 리본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만화를 다 읽은 그 자리에서 책 와 관련된 스토리펀딩에 결제했다. 정경대 후문에 도착하자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 서명운동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소엔 지나쳤을 책상에 다가가 이름과 주소와 서명을 남겼다. 그날 저녁에 있던 세월호 유족 간담회
비문학 총서, 소설, 자기계발서에 밀려 판매량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시 출판계에선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초판본으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가 출간 두 달 만에 판매 부수 15만 부를 돌파했다. SNS 시인들의 시집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출판계에선 70~80년대 시 열풍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 열풍은 특히 SNS를 타고 번지고 있다. 좋은 서정시가 SNS에서 공유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자작시를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SNS의 속성은 현재 사람들이 시를 외면하는 시대에 긍정적인
한 사람만 지나들 수 있는 문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면 토끼를 따라 토끼굴에 들어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 든다. 서점을 기대하고 도착한 지하엔 꽃다발부터 보였다. 잘못 왔나 생각이 드는 순간, 시집 열 댓 권을 손에 쥐고 있던 서점 주인이 나타나 책을 정리할 테니 잠시 구경하란 말을 남겼다. 짙은 청록색 벽지가 지하 공간을 한층 어둡게 보이게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책상과 책장 가득 시집들이 놓여있다. 서점보단 누군가의 서재란 느낌이 드는 이곳은 시집과 시와 관련된 책을 파는 ‘다시서점
에스닉 푸드(ethnic food)란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특정 민족을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민족음식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각 나라의 고유한 민족적 음식을 뜻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서아시아 등과 같은 제3세계 음식을 가리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의 뜻 그대로, 동서양 구분 없이 특정 나라의 민족음식을 파는 곳을 에스닉 레스토랑으로 인식하는 추세다.안암동에도 에스닉 레스토랑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에스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은 한국인도 있지만, 타국으로
한국에서 에스닉 레스토랑을 찾는 건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 2013년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음식점, 인도 음식점 등이 포함된 항목인 국내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은 2013년 1588개로, 2007년 537개에 비해 약 3배 늘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유명한 이태원과 안산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시작한 에스닉 푸드 레스토랑은 지금 홍대, 신촌, 강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2010년대 들어 에스닉 푸드 음식점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을 낯선 음식의 길로 이끌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음식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6년 외식산업 트렌드 키워드로 ‘미식 유목민(Gastro-nomad)’을 제시했다. 이들은 일상 속 행복을 ‘맛’으로부터 발견해 맛있는 것을 찾아 유랑한다.그런데 맛을 찾아 떠나는 유랑을 취미생활로 두지 않고 직업으로 삼아버린 사람도 있다. 음식 웹툰 의 조경규(남·42) 작가다. 은 조경규 작가의 가족이 ‘먹고’ 사는 이야기에 여러 가지 요리와 음식들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유래와 진화과정 그리고 앞날까지 짚어보는 내용을 곁들인 만화다.“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젖은 나무의 향이 훅 다가왔다. 많이 맡아본 냄새다 싶었는데, 매해 겨울 집에 은은히 남아있던 한약 냄새였다.햇볕은 봄을 닮아가지만 바람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계절, 그 한약 냄새를 정문 앞 ‘닭곰탕·칼국수’ 식당에서 만났다. 주인 김신옥(여·41) 씨는 커다란 솥에 경동시장에서 들여온 황기, 엄나무, 감초와 큰 닭 15마리 정도를 함께 넣어 육수를 우려낸다. 황기와 엄나무는 닭 냄새를 잡는 동시에 사람 몸에 열을 나게 한다. 단맛이 나는 약재인 감초는 한약 특유의 씁쓸함을 옅게 하고, 진한
미술작가의 빈곤은 청년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작품 제작을 통한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미술가가 전체의 79%에 이른다. 신인 작가일수록 경력이 부족해 갤러리에서 전시하거나 작품을 판매할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청년 작가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전시공간을 운영해 직접 전시 기회를 만드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최근엔 물리적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SNS 같은 온라인 공간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본교 자연박물관 건립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3일 하나스퀘어에서 열렸다. 고려대학교 자연박물관 건립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최광식(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 이의형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연사로 나섰다. 남상오 한국자연박물관협회장은 축사에서 “자연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이 변화한 모습을 밝히고, 이를 전시를 포함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우리 삶에 활용하는 기관”이라며 “고려대에 자연박물관이 성공적으로 건립,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광식 교수는 ‘고려대학교 자연박물관 건립 방향’을 주제로 2
고려인 한·러 전래동화 번역단체 카란다쉬(회장=심형보)가 주최한 강연 ‘고려사람 이야기’가 3일 우당교양관에서 열렸다. 고려인지원센터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이 연사로 나서 한국에서 고려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강연했다.김영숙 사무국장은 고려인 동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안산 ‘땟골(선부동)’에서 4년간 고려인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돕고 있다. 국내 체류 고려인들은 안산 등 공단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일용 파견노동자로 살고 있다. 이들은 법적 지위가 외국인이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로 인
2016학년도 새로운 교육제도 도입으로 학기가 유연해지고, 토론 수업도 활성화된다. 25일 인촌기념관에서 있었던 전체교수회의에서 박만섭 교무처장이 △유연학기제 △튜토리얼(tutorial) 교육제도 △교육운영체계 개선안을 설명했다. 유연학기제와 튜토리얼 교육제도는 2016학년도 1학기부터 시범 시행되며, 교육운영체계 개선안은 교수들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예정이다. 단기 집중 수강으로 학기 유연해져2016학년도 1학기부터 집중강의제와 튜토리얼 제도가 일부 교과목에서 시범 시행된다. 집중강의제는 유연학기제의 일